행정시스템 먹통 원인은 "네트워크 장비 이상"
- 사회일반 / 김용진 기자 / 2023-11-20 10: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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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장인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 앞서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제공: 중앙일보 |
초유의 정부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가 일어나게 된 원인은 공무원 인증시스템(GPKI) 일부 네트워크 장비 이상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전 세계 디지털정부를 선도한다’고 보도자료까지 낸 행정안전부는 사고 난 지 53시간이 돼서야 원인을 발표했다. 원인파악이 늦어지면서 복구도 더뎠다. 일상·생업과 연결된 민원서류 발급이 중단되면서 애꿎은 시민들만 큰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정부의 관리‧대처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밝힌 전산망 장애의 원인은 '네트워크 장비'의 이상이었다. 행정 문서를 발급하려면 담당 공무원들은 '새올'이라는 행정 전산망에 로그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자서명 인증시스템 GPKI를 통해 사용자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시스템 네트워크 장비의 오작동으로 접속 자체가 안 됐던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하니 문제가 해결되었고 '정부24' 서비스부터 차례로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IT업계에서는 이런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서버 간 신호 분산을 위한 L4 스위치 장비가 복수로 갖춰져 있었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기 어려운데, 그것을 원인으로 지목한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도 “L4 스위치를 바꿔 끼우는 것은 한두 시간이면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라며 “이걸 해결하는 데 24시간 이상 걸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진짜 문제였다면 행안부가 17일 네트워크 장비를 바꿨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과도 배치된다.
행안부의 해명이 맞는다고 해도 IT업계에서 ‘상식’으로 여겨지는 기본적인 조치가 됐더라면 이번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평일에 백업도 아닌 본 시스템에 업데이트를 했다가 오류가 났다는 것부터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주말 등 테스트를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시간에 백업 데이터베이스에서 업데이트를 해 본 후 본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네트워크 장비에 오류가 일어난 초기 원인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상 징후가 없어 해킹 등 외부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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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방문해 정부 행정전산망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행정전산망은 일부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한 뒤 정상 작동하고 있지만 장비에 문제가 생긴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제공 |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당분간 관련 기관들이 참여하는 '장애대응 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장기적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TF'를 구성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들은 행정 전산망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내년도 예산이 5천4백여 억 원에 이른다며, 몸집 불리기보다는 장애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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