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신년기획 <홍형표 초대전: 고봉밥의 情>
- 공연/전시 / 이문수 기자 / 2020-01-28 12:10:50
일명 ‘고봉밥 화가’로 유명한 홍형표 작가가 신작을 선보인다.
그의 회화는 두텁게 쌓아 올려진 몸체위에 감각적인 색채가 입혀지고, 시구절이 돋을새김 되어 양각의 질감으로 살아난다. 또한 조각의 영역인 부조浮彫를 연상시키는 물리적인 공간감을 도드라지게 하여 평면회화가 갖는 환영적 요소의 한계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시도가 남다르다.
![]() |
▲ 米(美)生예찬(Misaeng of admiration)91.1-116.5_. Mixed-media 2019 |
한국인에게 쌀밥은 어떤 의미인가. 무수히 많은 단어가 스쳐지나갈 것이다. 짧은 한 음절 ‘밥’이란 단어는 대다수가 공유하는 상징과 추억의 대상이다.
선봉 홍형표 화가에게 밥은 배고픈 시절 외가댁을 가면 얻어먹을 수 있었던 ‘고봉 高捧밥’이다.
그 시절 ‘행복’, ‘희망’은 밥공기를 가득채운 수북한 밥 한 그릇이었다. 요즘이야 살찐다는 핑계로 쌀밥을 멀리하거나 서양식 식사에 길들여져 다양한 식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원형회귀의 신화’는 문화의 근저에 남아 재생산되고 있다.
![]() |
▲ 인생_91.0x116.5_mixedmedia_2020. |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의 소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고봉밥’이고, 두 번째가 ‘호박’이다. 호박시리즈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호박에 은유적으로 대입한다.
그는 “호박에 줄그어봤자 수박되지 않지.”라는 말을 즐겨하곤 하는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으로 치장하고 꾸민다고 한들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겉보다 내용의 풍부함과 깊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호박의 울퉁불퉁한 생김새가 질곡 많은 삶을 견뎌온 자신과 닮았다는 선봉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교육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넉넉하지 못한 경제사정 속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대학에 들어가서는 학생운동에 참여해 다니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
![]() |
▲ 인생의 관계성(Relationship of Life)51.0-66.0.Mixed-media Canvas |
선봉 홍형표는 자신의 화폭에 존경하는 인물의 시구절이나 문장을 돋을새김 한다. 평소에 즐겨 읽는 법정스님, 이해인 수녀, 신영복 선생 등의 문장이 단골소재이다. 인류공동체의 평화와 행복을 노래하는 문장가들의 글은 선봉의 작품과 어우러져 맑고 청아한 색채로 빛난다.
혹자는 선봉 홍형표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매일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에 비유하고는 한다. 새벽부터 야심한 저녁까지 화실에서 문하생을 돌보는 시간외에 전적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자면 그의 우직하고 올곧은 성품을 짐작하게 한다. 작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오직 한길만 보는 경주마처럼 새로운 예술에 대한 탐구와 질주로 이어진다. 또한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실험은 지치지 않고 변화를 꾀한다.
이번 전시를 주관하는 구구갤러리 구자민대표는“홍형표는 너무도 겸손한 위유내강의 화가다. 그는 서예, 문인화, 한국화의 정점을 찍고 이제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테라코타를 사용하여 현대화 작업을 한다.
검도의 단체전 경기에서 첫번째 선수를 선봉(先鋒)이라 한다. 그의 호가 선봉(先鋒)이다. 아마도 그는 한국적 정서를 화폭에 현대적 감각으로 시도하는 그것도 부조 입체로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개척자 같은 화가임에 분명하다. 이제 우리 모두 선봉(先鋒)의 작업을 기대하며 맞이해 볼 시간이 되었다” 라고 전했다.
[ⓒ 한국온라인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