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적금 290만명 가입, 정부 예상의 7.6배... 은행 '당혹’

경제일반 / 민진희 기자 / 2022-03-06 1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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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TN

[한국온라인뉴스 민진희 기자] 정부가 설계한 청년희망적금 상품에 불과 열흘 사이 290만명이 가입했다. 이런 가입자 수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수요의 약 8배이다, 이는 정부가 수혜 대상을 늘려 일단 가입조건만 맞으면 모든 신청자에게 가입을 허용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에 따른 수습의 부담은 사실상 은행들이 부담하게 됐다. 은행권에서는 "공익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상품 판매에 동참한 것인데, 수요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정부를 대신해 은행이 뒷감당하고 생색은 정부가 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비대면(앱)·대면(창구) 창구를 통해 지난달 21∼25일, 28일∼3월 4일 2주에 걸쳐 10일간 청년희망적금 신청을 받은 결과 약 290만명이 가입을 마쳤다.

이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가입 지원자(약 38만명)의 7.6배에 이르는 규모다.

정부가 저축장려금, 비과세 혜택 등을 지원하는 이 적금이 사실상 일반 과세형 적금 상품 기준으로 10% 안팎의 금리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미 '미리보기' 단계에서 5대 은행에서만 약 200만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가입 자격을 조회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났다.

특히 요일별 '출생연도 5부제' 방식으로 첫 가입 신청이 시작된 지난달 21일에는 쇄도하는 신청으로 일부 은행의 앱에서 수 시간의 접속 지연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신청 마감일인 지난 4일까지 접수를 마친 신청자 가운데 가입 요건을 충족한 경우 모두 적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실제 가입자가 정부 예측 인원의 거의 8배라는 점에서 설익은 정책을 너무 서둘러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난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측이 빗나간 것뿐 아니라, 대상 확대 등 정부의 수습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고 일방적이었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예측치와의 격차가 너무 커서인지, 은행과 자격 조회 시스템을 담당한 서민금융진흥원은 당국 눈치를 살피며 일별 신청자 수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월 21일 오전 가입 신청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예측 수요(38만명)에 따라 당국이 각 은행에 당일 가입 할당량을 배분해주면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약 200만명의 미리보기 인원 규모가 알려지고 21일 오전 시작하자마자 일부 은행 앱에 접속이 어려울 정도로 신청이 몰리자 '일단 오늘 신청 건은 다 받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청 이틀째(2월 22일) 당국이 '3월 4일까지 요건에 맞는 신청자는 모두 가입된다'며 대상 확대를 발표했지만, 은행권과 구체적으로 협의하거나 동의를 얻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정부도 신청 폭주에 당황해 서둘러 대상 확대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희망적금이 은행 입장에서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이기 때문에, 은행권이 대상 확대에 완벽하게 동의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청년희망적금의 금리는 기본금리 5.0%에 은행별로 최대 1.0%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따라서 최저 5.0%, 최고 6.0%의 금리가 적용되는데, 이는 현재 아무리 높아야 3% 안팎인 일반 예·적금 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대출금리가 평균 약 4% 정도인데, 적금에 6.0%의 금리를 주고 조달하면 당연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사회공헌 차원에서 청년희망적금 사업 참여를 결정한 것인데, 가입 인원이 이렇게 당초 계획보다 많이 늘어나면 은행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은행들이 가입자 급증의 부담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고, 생색은 정부가 내는 셈"이라며 "하지만 은행권은 공익사업이라는 점, 가입 대상인 젊은 고객(19∼34세)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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