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과장했나... 교황, 이번에도 방북 메시지 없어
- 정치 / 김정현 기자 / 2020-09-06 16: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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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는 6일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 “교황께서 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는 청와대 발표와 달리, 교황은 2년이 지난 이날도 북한 방문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의 발표가 과장·왜곡됐거나 교황청이 문 대통령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슈이레브 주한 교황청 대사를 통한 구두 메시지를 통해 “문 대통령과 친애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이라는 선물을 내려주실 것을 전능하신 하느님께 계속해서 기도드리고 있다”고 했다. 교황은 이어 “2018년 10월 18일 바티칸 예방을 계기로 나눈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슈이레브 대사를 통해 “교황 성하의 기도와 응원이 우리 국민들에게 실로 큰 힘이 된다”며 “우리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신 서한을 보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교황이 언급한 2018년 10월 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 직후 청와대는 “교황이 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사실상 수락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교황이 ‘초청장이 오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은 통역만 배석한 채 단독 면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교황이 김정은의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면담 후 참모들에게 직접 밝힌 것이다.
그러나 교황의 방북 요청 수락 이후 2년이 흘렀지만, 교황의 방북은 아직 계획도 잡히지 않았다. 교황의 해외 순방 일정은 보통 1년 전에 발표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전한 메시지에도 방북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의 방북 수락은 당시 문 대통령 유럽 순방의 최대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교황이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는 당시 청와대의 발표 두 달 후인 2018년 12월 교황청에선 서로 다른 두 가지 보도가 나왔다. 외신인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019년 교황의 해외 방문 일정에 북한이 포함돼 있느냐‘는 질의에 교황청이 ’2019년 방북은 성사되지 않을 것 같다‘(I don’t see it happening in 2019)”며 “다른 순방 스케줄 혹은 추진 중인 순방 계획이 너무 많이 잡혀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이 국가들은 모두 북한보다 쉽게 순방이 이뤄질 수 있는 곳(They are all easier than North Korea!)”이라고 교황청이 답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교황의 방북 계획이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당시 연합뉴스는 익명을 요구한 교황청의 한 관계자가 “교황청은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물밑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 교황이 방문 의사를 밝힌 나라 가운데 일본 등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 순방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지 않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었다. 결과적으로 교황은 2019년 일본을 방문했지만, 북한은 방문하지 않았고, 2년이 흐른 지금까지 북한 방문 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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